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상대 보험사의 보상 처리가 늦어져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지만, 수주일째 답변을 받지 못한 채 담당자 변경 통지만 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자율조정 절차가 보험사의 시간 끌기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피해자의 권리 구제가 늦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사고 피해자 A 씨는 상대 보험사가 처리를 미루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사건은 보험사가 자체 해결을 시도하는 자율분쟁조정 절차로 넘어갔으나 법정 처리기한인 14일에 연장 기간 3주를 더한 5주가 지나도록 보험사는 보상 처리를 하지 않았다. 기한이 모두 지난 뒤 돌아온 것은 금감원 민원 담당자가 변경됐다는 안내뿐이었다.
담당자 바뀌어도 보험사 보상 의무는 그대로
금감원의 담당자 변경 통지는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 분장이나 인사이동에 따른 절차일 뿐이다. 보험사의 손해배상 채무나 법적 보상 의무가 사라지거나 처리 기한이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김의택 변호사(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는 "담당자 변경은 금감원 민원 처리 내부 사정일 뿐 보험사의 보상 의무나 기존 처리기간이 다시 시작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자율분쟁조정 기간이 지났다면 금감원에 기간 경과와 실질적 미처리 사실을 서면으로 재촉구하고, 단순히 민원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보상을 지연하는 행위는 부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용증명 발송과 증빙 확보가 첫걸음
보험사가 고의로 합의나 지급을 미룰 때 피해자가 취해야 할 첫 번째 대응은 객관적 증거 확보와 서면 압박이다. 사고접수번호와 병원 입원·통원 치료 기록, 차량 수리견적서 등을 정리해 보험사에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해야 한다. 내용증명에는 정해진 기한까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거나 구체적인 지급 거절 사유를 문서로 밝히라는 요구를 담는다.
민원 제기 내역과 상대 보험사의 답변 지연 정황, 금감원과 주고받은 통지서, 통화 녹취 등은 향후 법적 분쟁에 대비해 모두 보관해야 한다. 보험사 측에서 요구하는 합의서나 면책서에는 보상 범위와 법적 효력을 충분히 검토하기 전까지 함부로 서명하지 말아야 한다.
3년 소멸시효 유의…소송·지급명령 검토
금감원 분쟁조정만 믿고 마냥 기다려서는 안 된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0조에 따라 교통사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가입한 보험회사에 직접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40조에 따르면 분쟁조정 신청은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지만, 조정 절차가 기각이나 각하 등으로 종결되면 시효중단 효력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금감원 분쟁조정 접수 3만2,130건 중 약 59.6%인 2만1,231건이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담당 부서 선에서 기각이나 각하로 끝났다.
민원이 길어지거나 합의 가능성이 낮다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정식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소송을 제기하면 지연된 기간의 법정이자까지 함께 청구할 수 있어 보험사의 무작정 시간 끌기를 차단하는 실질적 수단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