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전제로 수년간 동거하며 상대방의 공부와 생활비를 도맡아 지원했더라도, 관계가 깨졌을 때 법적으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법률혼과 달리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관계에서는 단순 동거가 아닌 사실혼에 해당한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위자료는 물론 재산분할 청구 자체가 가로막힌다.

대법원은 사실혼을 엄격히 제한해 정의한다.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가족질서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94므1584 판결 등). 단순히 결혼을 약속하고 한집에 오래 살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실혼이 성립하지 않는다. 실체가 결여된 장기 동거는 법률상 단순 연인 관계로 분류된다.

실제 법원 판례에서도 3~4년 이상 동거하다 상대방의 외도로 헤어졌더라도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고 위자료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적지 않다. 결혼식이나 웨딩촬영, 양가 상견례, 가족 간 대소사 교류가 부족하고 경제권을 완전히 분리해 관리한 경우다. 양측 주소지가 같은 주민등록상 동거 상태라 하더라도 서로를 사회적으로 배우자로 소개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인정돼 사실혼으로 판단되면 보호 범위는 법률혼에 준해 넓어진다. 대법원은 사실혼 해소 시에도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규정을 유추적용해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 분할을 인정한다. 민법 제806조와 제843조에 따라 일방의 외도 등 유책행위로 관계를 파탄 낸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물릴 수도 있다. 사실혼임을 알면서도 부정행위에 가담한 제3자(상간자)를 상대로도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동거 기간 일방적으로 부담한 생활비나 상대방 학업 지원금은 전액 돌려받기 어렵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해당 지출이 부부공동생활 유지를 위한 통상적 생활비 소비로 평가되면 대여금으로 인정되지 않아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판례와 실무상 재산분할 심판 절차에서 재산 형성에 둔 '기여도'로 참작받는 데 그친다.

전용탁 변호사는 "단순 동거가 아닌 혼인의사가 있는 상태에서 함께 공동생활을 한 점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재산분할 기여도는 유책 여부와 무관하게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를 높게 인정받아야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정혜수 변호사도 "단순히 결혼을 전제로 동거한 연인관계였다고 판단되면 사실혼에 따른 위자료나 재산분할 청구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사실혼 파탄으로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면 단순 동거가 아님을 증명할 객관적 자료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 전입신고와 임대차계약서 외에도 양가 명절·경조사 동행 사진, 가족 간 메신저 대화, 호칭 내역, 생활비 통장 등 공동경제생활을 입증할 금융거래 명세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관할 가정법원에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