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받은 뒤 이의신청을 거치고 보완수사 끝에 다시 검찰 송치를 이끌어냈더라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경찰이 사건을 다시 검찰로 보낸 ‘경찰일반송치’ 처분은 법정에서 유죄로 다퉈질 만큼 혐의가 입증됐다는 검사의 기소 처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1차 불송치 결정에 맞서 검찰 단계에서 혐의를 굳히려면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담당 검사가 최종 처분을 내리기 전 계좌추적 결과와 사기죄 구성요건을 촘촘히 엮어낸 ‘고소인 의견서’를 전달해야 한다.

이의신청 늘지만…보완수사 후 기소는 바늘구멍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와 제245조의7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더라도, 고소인이 이의를 신청하면 경찰은 사건과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 검사는 기록을 검토한 뒤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에 따라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경찰의 불송치 결정 건수는 2021년 38만 9,179건에서 2025년 58만 774건으로 약 49% 늘었다. 불송치에 불복한 이의신청 건수 역시 2021년 2만 7,262건에서 2025년 5만 6,165건으로 2.1배 급증했고, 2026년 상반기에만 3만 4,001건에 달했다. 그러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수사해 피의자를 기소한 사례는 2021년 528건에서 2025년 1,130건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의신청을 거쳐 재송치되더라도 검찰 문턱을 넘기가 여전히 까다롭다는 뜻이다.

단순 채무불이행 아닌 ‘편취의사’ 입증이 관건

특히 다단계 금융사기인 폰지 사기 사건은 단순히 약속한 원금이나 수익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계약 당시 피의자에게 실질적인 사업 모델이나 수익 발생 구조가 없었음에도 투자자를 속였다는 ‘기망행위’와 ‘편취의사’가 있었는지 증명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금융계좌 영장을 집행해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면 고소인은 이 결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후순위 투자자가 보낸 돈으로 선순위 투자자의 원금과 배당을 지급한 ‘돌려막기’ 정황을 짚어내야 수사기관이 단순 민사상 채무불이행이 아닌 형사상 사기죄로 결론지을 수 있다.

검사 처분 전 5~10쪽 압축 의견서 제출해야

경찰이 보완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겨 ‘형제’ 번호가 붙은 직후가 피해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담당 검사가 기존 불송치 기록과 보완수사 자료를 함께 살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손권 변호사는 “이번 송치는 최초 불송치 당시와 비교하면 의미 있는 변화이지만, 송치됐다는 사실만으로 기소가 확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단순히 결과만 기다리기보다 검찰이 최종 처분하기 전에 핵심 쟁점과 계좌추적 결과를 연계한 5~10페이지 분량의 고소인 의견서를 담당 검사에게 제출해 자금 돌려막기 구조와 편취의사를 짚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견서는 감정적인 호소 대신 사건 진행 경과와 최초 불송치 판단의 오류를 객관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이의신청 당시 요구했던 수사 사항 가운데 계좌추적으로 확인된 신규 투자금 흐름을 명시하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 확인을 요청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내부 수사기록 비공개 한계…불기소 땐 30일 내 항고

주의할 점은 피해자라 하더라도 수사 중인 사건의 검찰 보완수사요구서나 경찰 수사보고서, 피의자의 계좌거래 내역 등 수사기관 내부 자료를 전부 자유롭게 열람·등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고소인은 자신이 확보한 송금 내역과 피의자의 투자 권유 당시 발언 등 객관적 정황을 바탕으로 의견서 논리를 탄탄히 세워야 한다.

만약 보완수사 송치 뒤에도 검사가 혐의없음 등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면, 고소인은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고등검찰청에 검찰항고를 제기해 다시 판단을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