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역사를 이어온 검찰청이 문을 닫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새로 출범했으나 민생범죄 피해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권력기관의 권한을 분산한다는 사법개혁 대의 이면에 전세사기와 코인·주식 리딩방 사기 등 일상 재산범죄 수사가 반년에서 1년 이상 늦어지는 사법 공백이 현실화한 탓이다.

국회는 2026년 3월 20일 본회의에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와 공소 유지만 맡는 공소청설치법과 직접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설치법을 통과시켰다. 이어 9월 17일 후속 법안 처리를 마쳐 10월 2일 1,900여 명 규모의 공소청이 공식 출범했다. 검사의 직무 범위에서 직접 범죄 수사와 수사 개시 근거는 삭제됐고 체포·구속영장 청구와 보완수사 요구, 재판 집행 지휘권만 남았다.

권력 통제 담론과 일상 치안의 괴리

수사·기소 분리를 둘러싼 시각은 세대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1980~1990년대 권위주의 정권기 공안검찰의 표적 수사와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피의사실 공표를 목격한 4050 세대는 독점 권력 해체를 민주주의 완성의 마지막 단계로 받아들인다. 집중된 권력을 나눠 상호 견제하도록 만드는 거시적 가치를 우선에 두는 셈이다.

반면 2030 청년 세대는 당장 일상에 미치는 실용성과 효능감을 문제로 꼽는다. 전세사기나 중고거래 사기 피해를 당해 경찰서를 찾아도 고소 사건 처리가 6개월에서 1년 넘게 밀리는 현실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거대 담론보다 범죄자를 붙잡아 피해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인데, 수사 체계 개편 탓에 일상 치안의 질이 떨어졌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변호사 73.5% “수사 지연 경험”

실제 수사 현장의 사건 적체는 통계로 나타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회원 1,155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5%(849명)가 수사권 조정 후 경찰 단계에서 수사 지연을 겪었다고 답했다. 적체 원인으로는 경찰의 수사 역량 부족(72.5%)과 과도한 사건 부담(62%)이 꼽혔다. 변호사의 41.9%는 고소 사건의 적정 처리 기간을 3개월 이내로 봤으나, 실제 3개월 안에 끝난 사건은 1.5%에 불과했다. 1년 이상 걸린 사건 비율은 32.3%에 달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경찰 입건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수사권 조정 전인 2020년 59.7일에서 조정 후 63.9일로 늘어났다. 사기 등 경제범죄는 3건 중 1건꼴로 법정 수사기한을 넘겼다. 검사의 경찰 보완수사 요구는 2023년 9만9,888건에서 2025년 11만623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보완수사 평균 처리 기간이 2026년 6월 기준 56.6일까지 줄었으나, 개정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원칙적 기한인 1개월(30일)을 여전히 넘긴다.

핑퐁 수사에 골든타임 놓칠 우려

문제는 검찰 직고소 통로가 닫히면서 모든 사기 피해가 일선 경찰관서로 집중된다는 점이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197조는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안에 이행하도록 명시했다. 개정 수사준칙도 검사가 지연 사유서를 점검해 관서장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일선 수사관 1명이 수십 건을 떠안은 상황에서 통제 규정만 늘리면 가해자의 재산 은닉을 막고 계좌를 동결할 초기 피해 회복 시점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국대 곽대경 교수는 “사기와 경제범죄는 방대한 금융 자료 검토가 필요한데 일선 수사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경찰청은 수사부서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하반기에 수사 인력 2,000여 명을 현장에 보강할 계획이다. 그러나 부실 수사나 사건 접수 회피를 막을 실질적인 관리 체계가 자리 잡기까지 민생범죄 피해자들의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