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를 19년 가까이 직접 모시고 살았던 며느리라도 과거 법령에 따라 동거주택 상속공제 혜택을 주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민법상 대습상속인의 지위를 갖추었더라도 세제상 조세감면 대상을 직계비속으로 좁혀 규정한 것은 입법자의 합리적 재량 범위 안에 있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 중 ‘직계비속인 경우로 한정하며’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2021헌바373). 청구인은 법무법인 정우(담당변호사 차태강·송영훈)가 대리했다.
사실관계
A 씨는 1998년 11월부터 남편과 함께 시아버지 소유의 경기 화성시 주택에서 동거했다. 2013년 9월 시어머니가 사망하고 2014년 7월 남편마저 세상을 떠났지만, A 씨는 2017년 12월 시아버지가 사망할 때까지 해당 주택에서 계속 함께 살았다.
남편의 사망으로 대습상속인이 된 A 씨는 2018년 5월 다른 상속인들과 협의를 거쳐 해당 주택을 단독으로 상속받았다. 이어 같은 해 7월 동거주택 상속공제를 적용해 4억5,540만 원을 과세가액에서 차감한 뒤 상속세 5억4,838만7,075원을 신고·납부했다. 당시 법령은 10년 이상 계속 동거한 1세대 1주택에 대해 주택가액의 80%(5억 원 한도)를 공제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2019년 12월 A 씨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 아닌 대습상속인에 불과하다며 공제 적용을 배제하고 상속세와 가산세를 더해 총 2억769만8,656원을 증액 고지했다. A 씨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상고심 계속 중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마저 기각되자 2021년 1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본안 소송은 2022년 3월 대법원에서 상고기각으로 확정됐다.
헌법재판소 판단
헌재는 조세감면의 혜택 범위를 정하는 일은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에 속하며, 민법상 상속인의 범위와 세법상 공제 대상의 범위가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대습인의 직계비속인 손자녀는 피상속인과 직계혈족관계에 있는 반면, 피대습인의 배우자인 며느리나 사위는 혼인을 매개로 한 인척관계에 있고 재혼하면 친족관계가 끝난다”며 “입법자가 조세혜택 적용 대상을 정하며 양자를 달리 규율했다는 사정만으로 불합리하거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실제 부양 여부를 개별적으로 조사해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헌재는 “실제 부양 정도나 생활공동체의 밀접성을 따져 공제 여부를 결정할 경우 구체적 기준이 불명확해 유사 사안에서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며 “과세관청이 상속개시 전 가족관계와 생활실태를 일일이 조사하게 함으로써 법 집행 부담을 지나치게 가중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대습인의 배우자만을 대상에 추가할 경우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등 다른 동거 상속인과 사이에 또 다른 과세형평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대상자를 무제한 늘리면 국가 재정과 전체 납세자와의 형평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판결 의의
심판 대상이 된 조항은 2021년 12월 법 개정으로 이미 바뀌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동거주택 상속공제 적용 대상에 ‘직계비속의 배우자’를 명문으로 포함했다. 현재는 10년 이상 동거 요건을 갖춘 며느리나 사위도 최대 6억 원 한도로 상속주택가액 전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헌재는 “2021년 법 개정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이전에 적용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에 이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구법 적용 시기에 과세처분을 받았던 납세자들은 과거 세액을 소급해 구제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