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의 실제 니코틴 함량과 무관하게 용액 전체 부피를 기준으로 1밀리리터당 370원의 개별소비세를 일률 부과한 옛 법률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세금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더라도 납세의무는 면제되지 않으며, 세원 확인 책임은 전적으로 수입업자에게 있다는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9월 1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구 개별소비세법 제1조 제2항 제6호 별표 가운데 제5종 전자담배 세율 중 '니코틴 용액 1밀리리터당 370원' 부분에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2026헌바70·2026헌바133 병합).
사실관계
수입업자 A 씨 등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 전자담배용 니코틴 용액을 들여오며 세관에 담배가 아니라는 취지로 신고했다. 수입품에 들어간 니코틴이 담배사업법상 원료인 '연초의 잎'이 아니라 '연초의 대줄기' 등에서 추출한 것이어서 개별소비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서울세관장은 현지 제조공정 등을 분석한 결과 수입 용액에 연초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이 포함돼 있어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1년 관세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및 가산세를 부과했다. 수입업자들은 과세처분 취소 소송을 내는 한편 "니코틴 농도를 무시하고 용액 부피로만 일률 과세하는 법 조항은 재산권과 조세평등주의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재판부 판단
헌재는 소비 행위 자체를 포착하는 개별소비세 성격상 유통 형태인 부피를 과세 기준으로 삼은 입법자의 선택이 정당하다고 봤다. 헌재는 "개별소비세는 담배의 유형을 불문하고 니코틴의 실제 함량이 아니라 실제로 유통·판매되는 제품의 수량이나 중량을 과세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다"며 "국내 유통되는 액상 제품 대부분이 니코틴 1% 미만으로 희석돼 유통되는 현실에서 용액 전체 부피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자의적이거나 불합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개별 제품마다 니코틴 함량을 일일이 측정해 과세하는 방식의 한계도 짚었다. 헌재는 "니코틴 함량 표기는 실제 함량과 다른 사례가 많아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실제 함량을 매번 측정하려 하면 과도한 행정비용과 상시적인 분쟁이 발생한다"며 "객관적 측정이 쉬운 부피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조세행정 효율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판시했다.
세금을 판매가격에 얹어 소비자에게 넘기지 못해 수입업자가 막대한 세액을 떠안게 됐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소비세를 판매가격에 얼마나 포함시키고 이윤을 어느 수준으로 설정할 것인지는 수입업자 스스로의 판단에 속한다"며 "수입하는 물품이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정확히 신고하는 것 역시 수입업자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확인 의무를 게을리한 채 만연히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세금을 내지 않았다면 단순한 법률의 부지나 착오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