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민법 시행 전 자녀 없이 숨진 기혼 장남의 재산은 아내가 단독으로 물려받는다는 옛 관습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100년 넘게 지난 과거의 상속 법리를 사후에 뒤집으면 기존에 확립된 법률관계 전체가 뒤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9월 17일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1958년 2월 22일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 중 “호주 아닌 기혼의 장남이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재산은 처가 상속한다”는 부분에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2022헌바120).
사실관계
A 씨의 조상인 피상속인 B 씨는 일제강점기인 1919년 5월 27일 사망했다. 당시 B 씨는 결혼한 상태였으나 슬하에 자녀는 없었다. 부친은 이미 숨졌고 할아버지가 호주 지위에 있었다. 일제강점기 임야조사부에 B 씨 사정으로 기재됐던 경기도 파주시 소재 임야 3,707㎡는 1983년 7월 15일 대한민국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다.
B 씨 남동생의 후손인 A 씨 등은 “국가 명의 보존등기는 원인무효이며 토지는 B 씨로부터 할아버지와 남동생을 거쳐 자신들에게 상속됐다”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민법 시행 전 관습(대법원 2014다205683)에 따라 B 씨의 처가 단독 상속했으므로 원고들에게 권원이 없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 씨 등은 상고심 계속 중 위헌제청신청이 각하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재판부 판단
헌재 다수의견은 해당 관습법이 평등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사건 관습법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전제한 뒤 “호주에게 가(家)의 재산을 집중시키던 호주제 아래에서 호주상속과 가족의 재산상속을 분리했던 체계에 부합한다”고 짚었다.
이어 “여성의 사회진출과 경제활동이 현저히 곤란했던 당시 시대상황에 비추어 볼 때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처의 생계를 보호할 필요성이 컸다”며 “처를 직계존속보다 상속순위에서 우선 고려한 것이 상속제도 목적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00년 이상이 경과한 시점에서 이미 폐지된 관습법의 효력을 사후적으로 부인한다면 이를 전제로 형성된 모든 법률관계가 일거에 뒤집혀 막대한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의견
정형식·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은 각하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남겼다. 세 재판관은 “관습법은 국회의 관여가 없고 형식적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부여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관습법의 승인과 소멸은 사실인정을 전제로 법원이 판단하는 영역이므로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1960년 이전 개시된 조상 땅 상속 효력을 둘러싼 법적 안정성이 재확인됐다. 공공용지나 국가 명의 임야 등을 상대로 옛 관습법상 상속분을 부인하며 제기되는 분쟁 역시 차단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