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농도와 관계없이 용액 부피만을 기준으로 1밀리리터(㎖)당 370원의 개별소비세를 일률 부과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수입업자가 과세 여부를 착오해 소비자 판매가격에 세금을 반영하지 못했더라도 이는 업자 자신의 책임이므로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9월 1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구 개별소비세법 제1조 제2항 제6호 별표 가운데 피우는 담배란의 제5종 전자담배 세율 중 '니코틴 용액 1밀리리터당 370원' 부분에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2026헌바70·133 병합).
사실관계
청구인들은 중국 등 해외 업체에서 니코틴 원액으로 제조한 전자담배 용액을 들여오면서 니코틴을 '연초의 대줄기'에서 추출했다고 세관에 신고했다. 당시 담배사업법상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것만 담배로 분류했던 점을 이용해 담배소비세와 개별소비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해당 물품에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성분이 포함돼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청구인들에게 수십억 원에서 백억 원대에 달하는 개별소비세와 가산세를 부과했다. 청구인들은 과세처분 취소소송을 낸 뒤 재판 도중 니코틴 농도 차이를 무시한 채 부피만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 판단
헌재는 부피 기준 과세가 조세행정의 효율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전자담배가 소비자에게 유통·판매되는 단계에서 니코틴이 용액에 고도로 희석된 상태로 존재한다는 물리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며 "각 담배 유형의 최종 유통·판매 형태에 상응하는 과세기준을 적용한다는 입법자의 일관된 원칙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세액 감경을 요구하는 수입업자들의 주장도 물리쳤다. 헌재는 "조세의 소비자에 대한 전가 여부와 같은 주관적·불확정적 사정을 과세 기준이나 감경 근거로 삼는다면 과세 여부 자체가 불명확해지고 획일성과 예측가능성이 훼손된다"며 종량세 방식의 고정 세율 적용이 입법재량 범위 안에 있다고 짚었다.
재산권 침해 여부를 두고는 "수입판매업자가 원료가격과 소비세액의 합계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판매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소비세를 감면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수입하는 물품이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정확히 신고하는 것 역시 수입판매업자 자신의 책임에 속하는 문제"라고 못 박았다.
판결 의의
헌재는 같은 날 액상 전자담배에 니코틴 용액 1㎖당 628원의 담배소비세를 매기도록 한 구 지방세법 조항에도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2026헌가1). 줄기 추출 니코틴을 주장하며 세금을 내지 않다가 거액을 추징당한 전자담배 수입업계의 헌법적 구제 가능성은 사실상 모두 차단됐다. 법원에 계류 중인 다수의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도 과세관청 승소 판결이 잇따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