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부진으로 문을 닫더라도 세무서나 행정관청에 폐업을 신고하는 것만으로 빚이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관할 기관에 사업을 접었다고 알리는 행정 처분과 채무 변제 책임을 면제받는 법원의 도산 절차는 법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탓이다.

자영업자나 법인 대표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을 택할 때 가장 흔히 겪는 혼선은 폐업과 파산의 혼동이다. 학원을 예로 들면 관할 교육지원청에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른 폐원 신고를 하고, 부가가치세법 제8조에 따라 세무서에 사업자등록 폐업신고서를 제출해야 행정상 사업 정리가 끝난다. 그러나 이는 행정적 의무 이행에 불과하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권 대출이나 카드 대금 등 민사상 채무는 그대로 남는다. 빚을 법적으로 탕감받으려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에 따라 법원에 개인파산·면책이나 개인회생을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법인과 개인사업자 채무의 책임 경계

부채 정리 절차에 들어가기 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기준은 사업체가 ‘법인사업자’인지 대표자 ‘개인사업자’인지 여부다. 개인사업자는 사업상 발생한 모든 채무를 대표자가 무한으로 책임진다. 반면 법인사업자는 원칙적으로 법인 재산 한도 내에서 책임을 지므로 대표자 개인 재산과 분리된다.

다만 법인이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금융기관 대출이나 카드 발급 당시 대표자가 연대보증을 섰거나 개인 명의 담보를 제공했다면 채무 책임은 대표자 개인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실제로 학원이나 영세 사업장을 운영하며 법인 명의가 아닌 대표자 개인 명의로 대출과 신용카드를 돌려막은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자가 보증을 섰다면 법인 파산과 별개로 대표자 개인 역시 파산이나 개인회생을 신청해야 채권자의 집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배우자 명의 아파트, 무조건 안전할까

배우자 명의로 된 부동산이나 아파트가 채권자의 강제집행 대상이 되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민법 제830조는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는 ‘부부별산제’를 규정한다. 서울회생법원 역시 2020년 11월 24일부터 시행한 실무준칙 제406호에 따라 개인회생 청산가치를 산정할 때 배우자 명의 재산을 원칙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예외가 존재한다. 아파트 취득 자금을 채무자가 전액 부담했음에도 명의만 배우자로 둔 명의신탁재산으로 확인되거나, 채무 초과 상태에서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배우자에게 소유권을 증여·이전한 경우다. 채권자는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해 소유권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고, 법원 파산관재인은 채무자회생법 제391조에 따라 부인권을 행사해 해당 부동산을 파산재단으로 환수할 수 있다. 심할 경우 채무자회생법 제564조에 따른 면책 불허가 사유가 되거나 사기파산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도 따른다.

소득 유무 따라 파산·회생 갈려

자신의 재산과 소득으로 빚을 갚을 수 없는 지급불능 상태(채무자회생법 제305조)에 놓였다면 법원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일정한 소득이 지속해서 발생한다면 법원이 정한 변제계획에 따라 최장 수년간 빚을 나눠 갚고 나머지를 면책받는 개인회생이 적합하다. 반면 사업을 완전히 접고 향후 소득 활동이 어렵다면 개인파산과 면책을 함께 신청해 변제 책임을 벗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서울회생법원 상담위원을 맡고 있는 남화진 법무사는 네이버 지식iN 법률 상담에서 “학원 폐원·사업자 폐업과 법원의 파산·면책 또는 개인회생은 각각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히 배우자 명의 아파트가 있는 경우 ‘법인 채무이므로 안전하다’거나 ‘배우자 재산이라 절대 집행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며, 실제 채무자 명의, 연대보증 여부, 자금 출처 등을 확인하고 상담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폐업을 서두르기 전 금융권 대출내역, 카드 채무 명의, 사업자등록증, 법인등기부, 임대차계약서, 배우자 명의 재산의 취득자금 출처 증빙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파산 비용이 부담되는 채무자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관할 법원 내 개인회생·파산 상담창구의 무료 지원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