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과 개인회생 위임계약을 맺은 직후 실제 업무 진행이 전혀 없었음에도 거액의 위약금을 요구받는 채무자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와 법원 판례는 실질적인 업무 착수가 없었다면 계약서상 부동문자로 적힌 위약금 조항은 무효이거나 대폭 감액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2026년 5월 채무자 A 씨는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한 법무법인과 위임계약을 맺었다가 개인 사정이 생겨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A 씨는 착수금을 납부하지 않았고, 법원에 신청서가 접수되거나 관련 서류가 작성되는 등 실질적인 업무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법무법인 측은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약정 착수금의 50%에 달하는 305만 1,000원을 해지 위약금으로 청구하며 납부를 독촉했다.

실질 노무 없는 과다 위약금은 무효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송명호 변호사는 "변호사 위임계약은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므로 당사자는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업무에 착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착수보수의 절반(50%)을 일률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및 약관법상 무효이거나 대폭 감액 사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법인이 투입한 객관적인 노무와 비용이 없다면 실제 손해만을 정산해야 하므로 일방적 독촉에 위축되지 말고 진행 업무 내역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거나 변호사회 분쟁조정위원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 개인회생 절차에서 초기 서류 작성 대행 비용은 통상 부가세를 포함해 55만 원 선에서 형성된다. 서류 작성조차 착수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3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청구하는 것은 실손해액과 현격한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로펌의 거래상 지위 남용 엄단

법원 역시 수임 초기 해지 시 로펌이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관행을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8-3부는 2025년 12월 12일 의뢰인이 중도 해지할 경우 3,000만 원의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정한 법무법인의 소송위임 약정 조항을 무효로 보고 로펌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2025나2445). 당시 재판부는 "로펌이 법률 전문가로서 의뢰인에 대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며 "위약금 액수가 지나치게 커 로펌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38단독도 2025년 8월 28일 계약 체결 후 3일 초과일부터 착수금 환불이 일절 불가하다고 정한 법무법인의 계약 조항을 약관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비를 제외한 666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의뢰인에게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역시 2020년 8월 선임 3일 만에 해지된 사건에서 초기 상담 등 실제 투입된 노무만을 참작해 착수금의 40%만 보수로 인정하고 나머지 388만 원을 반환하도록 했다(2020가소6040).

민법과 약관법이 보장하는 정산 원칙

이러한 판결들은 민법과 약관규제법의 기본 법리에 뿌리를 둔다. 대법원은 변호사의 착수금이 사무 처리비용과 보수의 선급금 성격을 가지므로, 중도 해지 시 실제 기울인 노력과 이행 정도에 따른 상당한 비용만 공제하고 나머지는 반환해야 한다고 확립했다(2006다32460). 민법 제686조 제3항도 수임인이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라서만 보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와 제8조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지우는 조항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동법 제3조에 따라 계약 해지 시 발생하는 과중한 위약금 조항의 사전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해당 조항 자체를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미 2012년 4월 어떠한 사유로도 착수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는 변호사 약정서 조항을 시정 조치했다.

부당 청구엔 소명 요구와 분쟁조정으로 대응

법조계에서는 채무자나 의뢰인이 로펌의 부당한 위약금 청구를 받았을 때 서면 대응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이 실제로 투입한 업무 내역과 시간, 지출 비용의 객관적 소명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해 청구를 거절하는 방식이다.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한변호사협회나 관할 지방변호사회의 수임료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에 서류가 접수되지 않았거나 작성을 의뢰한 내역이 전무하다면 조정 절차에서 청구권 자체가 부인되거나 실비 수준으로 대폭 감액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