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초자산 펀드가 외부 감사에서 반복적으로 '한정의견'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상품을 판 사모펀드 운용사가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사모펀드라는 이유나 해외 운용사가 넘겨준 자료를 그대로 썼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보 제공 의무를 벗어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는 사모펀드 판매회사인 A 회사가 자산운용사인 B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026년 10월 8일 선고했다(2024다302965).
사실관계
자산운용사인 B 회사는 해외 역외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사모투자신탁을 설정해 운용했다. 하지만 기초자산 역외펀드에서 분식회계 정황이 드러나면서 결국 펀드 상환이 연기됐다.
판매사였던 A 회사는 피해 투자자들에게 투자 원금 상당의 보상금을 먼저 지급한 뒤, 투자자들의 수익증권과 손해배상채권 등 제반 권리를 넘겨받았다. 이어 B 회사가 실사 과정에서 역외펀드의 회계감사 한정의견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며 구상금과 양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원심 판단
하급심은 운용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B 회사가 역외펀드 추가 조사를 벌이지 않았거나 관련 위험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구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구 자본시장법(2018년 12월 31일 개정 전 법률) 제9조 제18항과 제184조 제2항에 따라 신탁재산을 직접 투자·운용하는 집합투자업자는 투자신탁 정보를 가장 먼저 생산하고 유통해야 할 1차적 지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집합투자업자는 판매회사나 투자자에게 투자신탁의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2025다212617 판결 참조).
이어 B 회사가 역외펀드의 반복적인 한정의견을 알고도 상품설명서에는 오히려 회계투명성을 강조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조사하거나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판결 의의
이번 판결은 해외 재간접 펀드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현지 운용사가 넘겨준 설명자료를 단순 전달했을 뿐"이라며 발을 빼던 국내 사모펀드 운용업계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기초자산의 중대한 부실 징후를 접하고도 묵인한 채 투자권유를 이어갔다면 불법행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법리를 확립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B 회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상환 중단에 따른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판매사인 A 회사의 과실 비율에 따른 과실상계를 집중적으로 다룰 전망이다.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후 피해자에게 선보상을 마친 금융 판매사들이 운용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