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압수한 전자정보에서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거나 암호화된 데이터를 해독하는 디지털 증거분석 과정에서도 피압수자와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사기관이 내부 기술 작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당사자 참여를 배제하던 실무 관행에 제동을 건 결정이다.

대법원은 2026년 10월 16일 준항고인 A 씨가 낸 압수처분 취소·변경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2024모418).

사실관계

수사기관은 A 씨 사건에서 정보저장매체 원본을 반출한 뒤 복제본(이미지 파일)을 만들었다. 이어 디지털 증거분석을 거쳐 혐의와 관련된 유관정보를 탐색하고 선별하는 절차를 밟았다.

A 씨는 압수·수색 전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디지털 증거분석 과정에서 A 씨와 변호인에게 일시와 장소를 알리지 않고 참여 기회도 주지 않았다. 당시 해당 절차에서는 전문 포렌식 프로그램이 아니라 통상적인 프로그램으로도 접근과 열람이 가능한 형태로 정보가 추출된 상태였다. A 씨는 참여권 침해를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라 압수·수색 처분 전체를 취소해 달라며 준항고를 냈다.

1심·원심 판단

원심 법원은 수사기관이 디지털 증거분석 절차에서 참여권을 배제한 처사 자체는 위법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러한 절차 위반이 압수·수색 절차 전체를 취소할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고 보아 A 씨의 준항고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전자정보 압수·수색 과정에서 손상되거나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고 암호화된 데이터를 탐색·복호화하는 증거분석 절차에서도 피압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122조 단서가 정한 영장 집행 통지의무 예외사유인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한 때'는 참여권이 무력화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A 씨가 명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이상 통지를 생략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제기된 준항고 사건의 심리 기준도 제시했다. 개별 처분이 아닌 압수·수색 과정 전체를 하나의 절차로 파악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나타난 위법의 중대성에 따라 처분 취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위법의 중대성은 위반한 절차조항의 취지, 전체 과정 중 위반행위가 일어난 단계의 중요도, 위반 탓에 발생할 법익침해 가능성의 경중을 종합해 따져야 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디지털 증거분석이 전자정보의 내용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핵심 준비과정이고 무관정보 노출이나 왜곡 위험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참여 의사를 밝힌 당사자를 배제한 행위는 절차 참여권의 본질을 침해한 중대한 위법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환송심 법원은 이 기준에 따라 압수처분 취소 여부를 다시 심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