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보증금과 월세 부담을 덜기 위해 사업장 공간을 제공받고 순이익을 나누는 방식의 계약을 맺었다가, 투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쫓겨나는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외형상 상가 임대차처럼 보이더라도 실질은 민법상 조합(동업)이나 무명계약으로 분류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망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약 230평 규모의 대형 마사지 매장을 운영하려는 A 씨는 건물주와 보증금·차임을 두지 않는 대신, 운영자가 경영을 전담해 번 순이익을 50대 50으로 나누는 조건의 계약을 준비했다. 운영자가 초기 운영비와 누적 적자를 우선 감당하고 이후 이익에서 이를 먼저 회수한 뒤 남은 돈을 나누는 구조였다. 겉으로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합리적 계약처럼 보이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법적 지위가 모호해 가장 위험한 계약 형태라고 지적한다.

상가임대차법 사각지대…건물 팔리면 대항력 상실

통상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보증금과 정액 차임을 전제로 임차인에게 최장 10년의 계약갱신요구권과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부여한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제10조). 아울렛 매장처럼 매출액에 연동해 수수료를 내는 경우 법원이 임대차 성격을 인정한 판례(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0가단44004)도 있으나, 차임 없이 사업 손익 자체를 나누는 구조는 민법상 조합(민법 제703조) 또는 위탁경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동업이나 위탁경영 관계로 인정되면 상가임대차법상 대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사업 도중 건물주가 건물을 제3자에게 매각하면 새 소유자에게 점유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즉시 사업장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계약서에 "건물 매각 시 매수인은 본 계약상 지위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조항과 승계 거부 시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지 않으면 법적 안전장치가 사라진다.

동업 해제 땐 원상회복 불가…정산 특약 필수

계약이 틀어져 중도에 끝날 때도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4다234239)에 따르면 동업 계약은 일반 계약처럼 일방이 해제한다고 해서 투입한 원금을 곧바로 원상회복으로 돌려받을 수 없다. 전체 잔여재산을 청산하고 당시 조합재산 상태에 따라 지분을 정산해야 하므로, 누적 적자가 남아 있다면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운영자가 일방적 해지를 막고 미회수금을 지키려면 해지 사유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건물주의 계약 파기나 일방적 조건 변경 시 운영자가 투입한 초기 시설비와 미회수 누적 적자를 전액 정산해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특약이 필요하다. 초기 운영비의 인정 범위, 증빙 기준, 회계장부 열람 권한도 사전에 문문화해 두지 않으면 정산 과정에서 심각한 다툼이 발생한다.

갱신 기간 구체화하고 업종 인허가 규제 살펴야

계약 만료 시 분쟁을 줄이려면 "운영자의 선택에 따라 갱신한다"는 식의 추상적 문구 대신 갱신 가능 횟수, 최장 운영 기간, 서면 통지 기한을 못 박아야 한다. 시설 파손 책임 역시 기존 시설의 노후로 인한 수선은 건물주가 맡고 운영 중 발생한 관리상 하자는 운영자가 부담하는 식으로 범위를 명확히 나눠야 퇴거 시 원상복구 분쟁을 피할 수 있다.

업종 고유의 인허가 규제도 필수 점검 대상이다. 마사지 사업장의 경우 의료법상 안마사 자격이 시각장애인에게만 주어지므로(의료법 제82조), 일반인이 개설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해 안마·지압 시술을 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의료법 제27조). 관할 구청에 신고하려는 업종이 공중위생관리법상 피부미용업 등 허용된 범위 안에 들어맞는지 확인한 뒤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법적 낭패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