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가해자의 발목에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채워 실시간 동선을 감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고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다시 찾아가 중대 범죄를 저지르는 비극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은 2026년 10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22058)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법원의 임시조치 유형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신설한 점이다(안 제29조).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안 제8조). 전자장치를 부착한 자가 조치 기간 중 기기의 효용을 훼손하면 형사처벌하는 벌칙 규정도 함께 뒀다(안 제29조의2, 제63조).
그동안 가정폭력 대응 체계는 피해자 방어 중심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현행법상 법원이 내릴 수 있는 임시조치는 주거 퇴거 등 격리(1호), 피해자·주거 등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2호),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3호), 치료위탁(4호), 유치장·구치소 유치(5호)에 그쳤다. 가해자의 실시간 동선을 파악할 강제 수단이 없어,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거나 신변보호 순찰을 도는 방식에 의존해야 했다.
특히 가정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거지와 직장을 훤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분리 조치가 내려진 뒤에도 가해자가 기습적으로 접근해 추가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경기 광주 아내 살인사건과 송파 장모 살인사건 등 법적 격리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법 개정의 도화선이 됐다.
스토킹 범죄와의 제도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의미도 담겼다. 스토킹처벌법은 이미 잠정조치 단계에서 가해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친밀한 관계에 기반한 범죄이면서도 가정폭력에는 전자장치 부착 규정이 빠져 있어 입법 공백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채현일 의원은 “가정폭력 피해자에게만 숨어 지내며 스스로를 보호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정안이 가정폭력으로 인한 보복 범죄와 2차 피해를 막고, 더 이상 소중한 생명을 잃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안은 피해자의 신상정보 노출을 막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의안번호 2222059), 가사소송법 개정안(의안번호 2222060)과 함께 발의됐다.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와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