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이나 스토킹 피해자가 별도로 신청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실제 거주지 등 개인정보를 가려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소송서류 송달 과정에서 피신처 주소가 가해자에게 노출돼 보복범죄로 이어지던 사각지대를 차단하려는 취지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2026년 10월 2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다(의안번호 2222081호). 개정안은 소송관계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당사자 신청이 없어도 법원이 직권으로 주소 등 개인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근거를 신설했다.
종전 민사소송법 제163조 제2항은 위해 우려가 소명되더라도 반드시 '소송관계인의 신청'이 있어야만 소송기록 열람·복사·송달에 앞서 개인정보 비공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원의 사전 안내 의무가 미비해 제도를 모르거나 심리적 압박 상태에 놓인 피해자가 신청을 빠뜨려 가해자에게 새 거처가 알려지는 일이 잇따랐다. 실제로 2026년 9월 경기도 광주시에서 거처를 옮겼던 여성이 이혼소송 도중 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해 서류 송달 절차의 허점이 드러났다.
개정안은 실제 주소를 대체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개인정보 보호조치가 내려지면 당사자 거주지 대신 소송대리인이나 법률구조기관 사무소, 법원이 지정한 송달전용 주소를 소송기록상 송달 장소로 쓰도록 했다. 추후 보호조치가 취소되더라도 실제 주소는 소송기록 본문에 노출하지 않고 별도로 분리·관리하도록 의무화해 상대방이나 제3자에게 유출되는 경로를 차단했다.
강원신문에 따르면 허영 의원은 "가정폭력 등을 피해 거처를 옮긴 피해자의 주소와 연락처가 소송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노출되어 보복범죄로 이어지는 사각지대를 막아야 한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허 의원은 가사소송 절차에서도 소송서류 송달 전 위험성을 사전 심사하고 법원이 직권으로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가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함께 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혼과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 초기 단계에서 법원의 직권 심사가 활성화되고, 실제 거주지를 소송기록과 분리해 별도 편철하는 실무 관행이 자리 잡을 전망이다.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거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