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세입자가 몇 달째 월세를 내지 않고 연락마저 끊겼더라도 임대인이 임의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집기를 치웠다가는 주거침입이나 건조물침입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임대차계약은 임차인이 잠적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끝나지 않으며, 적법한 해지 통고가 세입자에게 도달해야만 효력이 생기는 까닭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은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연속해서 세 달을 밀리지 않았더라도 누적 미납액 합계가 3개월분 월세에 이르면 해지 요건을 충족한다. 이 조항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3항에 따라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고액 상가임대차 계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주의할 점은 민법 제111조 제1항이 정한 도달주의 원칙이다. 해지 통고가 상대방에게 닿기 전에는 계약 관계가 유지된다. 세입자가 연락을 받지 않거나 잠적했다면 먼저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해야 한다. 만약 폐문부재나 수취거절로 반송된다면 법원에 건물인도청구 소송을 내고 소장 부본을 특별송달이나 공시송달 방식으로 전달해 해지 의사를 도달시켜야 한다.

실무에서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이나 소장 접수와 동시에 민사집행법 제300조에 따른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절차가 필수다. 소송 진행 도중 세입자가 제3자에게 무단으로 가게를 넘겨 점유자가 바뀌면, 기존 승소 판결문만으로는 새로운 점유자를 상대로 강제집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체된 차임 일부를 뒤늦게 갚더라도 해지 위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2026년 6월 24일 선고한 판결(2024다320215)에서 차임연체액이 3기분에 달해 이미 해지권이 발생했다면 임대인의 해지권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해지 의사표시가 담긴 소장이 송달되기 전 임차인이 일부 차임을 입금해 연체액이 3기 미만으로 줄어들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취지다. 아울러 대법원은 임대차 기간 중 한 번이라도 3기분 차임 연체가 발생했다면, 갱신 요구 당시 연체액이 해소되었더라도 임대인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2020다255429).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제1심 민사 본안사건 28만 2,329건 가운데 건물인도·철거 소송은 3만 5,593건(12.6%)으로 전체 사건 유형 중 가장 많았다.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서와 계좌 거래내역으로 3기 연체 사실을 입증한 뒤 가처분 집행과 본안 승소 판결을 거쳐 법원 집행관의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야 안전하게 건물을 넘겨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