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하지 않은 험담을 지어내 퍼뜨린 학생들이 오히려 자신들이 뒷담화 피해자라며 학교폭력 맞신고(맞폭)를 해 온다면 처벌받게 될까. 학교폭력 신고는 별도의 증거 요건이 없어 접수 자체는 가능하지만, 전해 들은 말만으로는 징계 조치가 내려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화 기록과 전달 경로를 정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송명호 변호사는 네이버 지식iN 법률 상담에서 자녀가 없는 대화방에서 성희롱적 대화를 나누고 허위 험담을 퍼뜨린 학생들이 맞폭을 주장해 억울하다는 학부모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송 변호사는 "심의위원회가 조치를 내리려면 자녀가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고, 전해 들은 말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다"며 "자녀가 그 대화방에 없었고 말을 지어낸 쪽이 따로 있다면, 오히려 처음 말을 만든 학생들의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 제1항에 따라 학교 등 관계 기관은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객관적 물증이 부족하더라도 조사를 개시하고 전담기구 심의에 회부해야 한다. 여기에 2026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모든 4년제 대학의 수시·정시 모집에 학교생활기록부 학교폭력 조치 기록이 필수 반영되면서 처분을 피하거나 수위를 낮추기 위한 맞신고가 늘고 있다.
실제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 푸른나무재단이 학폭 피해 학부모 38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가해 학생 측으로부터 쌍방 신고를 당했다고 답했다. 경찰청이 2024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정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와 112로 접수된 학폭 신고는 2020년 3만3,524건에서 2023년 5만7,788건으로 3년 만에 72% 이상 늘었다. 교육부가 2025년 9월 16일 발표한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피해 유형 중 언어폭력이 39.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 말과 소문을 둘러싼 분쟁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법률사무소 선율 박상수 변호사는 "가해학생 측에서 시간을 끌고 처분을 늦추기 위해 피해자와 담당 교사를 상대로 맞고소, 사실적시 명예훼손 및 무고 고소를 남발하는 등 법률 분쟁을 악용하는 입막음 소송이 잦다"고 지적했다. 같은 보도에서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조정실 회장은 "가해학생 측은 전문 대리인을 통해 맞신고와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반면, 피해학생 측은 방어 수단 없이 소송에 끌려다니며 회복과 치료가 지연되는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고가 접수됐다고 해서 모두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에 따른 서면사과(1호)부터 퇴학처분(9호)까지의 가해학생 조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 역시 증거가 부족한 처분은 인정하지 않는다. 청주지방법원은 2022년 7월 5일 교내에서 학생 간 말과 행동으로 놀렸다는 이유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내린 서면사과(제1호)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상 따돌림이나 모욕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으며,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2021구합51992).
억울한 맞신고를 당했을 때는 감정적 대응을 피하고 객관적 반박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송 변호사는 대화방 참여자 목록, 자녀의 실제 메시지 기록, 말이 전달된 순서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제시할 것을 권했다. 상대방이 자녀의 발언이라고 주장하는 구체적인 날짜와 내용, 출처를 조사 과정에서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면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점을 드러낼 수 있다. 기존 피해 신고와 상대방의 맞신고는 각각 별개로 판단된다. 만일 부당한 조치가 내려지면 결정 통지서와 조사 자료를 확보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퉈야 한다.
상대방이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꾸며내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면 역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거짓 소문을 퍼뜨린 행위 자체를 정신적 피해를 수반하는 학교폭력(명예훼손·모욕)으로 신고할 수 있다.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나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로 형사 고소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민법 제750조 및 제751조에 근거해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등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실제로 2025년 2월 서울구로경찰서는 동급생에게 성적 모욕을 당했다며 허위 녹음파일을 제출해 학폭 신고를 한 학생을 무고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