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상대방과 다투다 ‘존ㄴ’, ‘개ㅈ밥’, ‘개벌레’ 같은 거친 비속어를 사용한 뒤 형사 고소를 당할지 우려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와 수사 실무에 비추어 볼 때 성적 목적이 없는 단순 분노 표출이나 익명 공간에서의 비하 발언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나 모욕죄로 처벌받기 어렵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가 규정한 통매음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글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 성립한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그동안 온라인 게임 등에서는 통매음이 모욕죄와 달리 공연성과 특정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고소가 잇따랐다. 성적인 욕설을 빌미로 고소를 남발하거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이에 검찰과 법원은 단순한 분노 표출이나 승패 다툼에서 비롯된 거친 표현은 성적 욕망을 채우려는 목적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아 무죄나 불기소로 걸러내는 추세다.
대법원은 2024년 11월 28일 온라인 게임 중 상대방과 시비가 붙어 내뱉은 단순 분노 표출성 욕설이나 비하 발언에 통매음 무죄를 확정했다(2023도7199). 피고인에게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9월 13일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성적 욕망에는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조롱해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욕망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는 두 사람의 관계와 발언 경위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2018도9775).
하급심 판단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춘천지방법원 형사1부는 2024년 8월 온라인 게임 중 상대 이용자에게 성적 욕설을 해 1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은 남성에게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없는 단순 분노 표출이었다고 보았다. ‘존ㄴ’, ‘개ㅈ밥’, ‘개벌레’ 등의 어휘 역시 상대를 얕잡아 보거나 거친 감정을 드러내는 속어일 뿐,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거나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은철 변호사는 로톡에서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성적 욕망 목적이 요구되는 목적범이므로 단순한 감정적 다툼이나 분노 표출에서 비롯된 거친 비하 표현은 통매음 성립이 배제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통매음이 아니더라도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 성립 여부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형법 제312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경멸적 표현인 모욕성 외에도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2004도340)과 피해자가 현실의 누구인지 주위 사정으로 알 수 있는 특정성(94도1880)이다.
‘개벌레’나 ‘개ㅈ밥’ 같은 표현은 타인을 비하하는 경멸적 표현이어서 모욕성 자체는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일대일 귓속말로 전달했다면 공연성이 빠진다. 실제 성명이나 주소 등 신상정보 노출 없이 계정 닉네임만 사용한 상태라면 특정성도 충족되지 않아 각하되거나 불송치(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진다. 법무법인 명재의 최한겨레 변호사는 “온라인 게임 채팅에서 발생하는 모욕 행위는 닉네임만 지칭된 상태라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워 특정성 결여로 모욕죄 처벌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로톡뉴스에 따르면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이주헌 변호사도 “게임 내 팀 채팅방과 같이 특정 소수만 접속한 폐쇄적 공간에서 오간 대화는 외부 전파가능성(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설령 공연성과 특정성이 인정되더라도 발언의 맥락에 따라 처벌을 피하는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24일 단체 대화방 등에서 상대방에게 거친 욕설을 쓴 사건에서 원심 유죄를 파기환송했다(2023도15171). 발언 경위와 맥락상 단순한 분노 감정 표출이거나 상대방의 주관적 감정을 상하게 한 정도에 그친다면, 객관적으로 외부적 명예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상대방이 이름과 연락처, 얼굴 등 오프라인 신상을 공개한 상태에서 다수인이 보는 전체 채팅창에 지속적으로 비속어를 올린 경우에는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