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상습적인 도박과 채무로 혼인 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더라도, 상대방이 배우자의 도박 빚까지 떠안고 이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부부 일방의 도박이나 사치로 생긴 채무를 공동생활을 위한 빚으로 보지 않아 재산분할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한다.

민법 제832조는 부부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해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만 다른 일방이 연대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주거 마련이나 생활비 조달처럼 부부 공동생활에 수반된 채무는 이혼 시 소극재산으로서 재산분할 청산 대상에 오르지만, 가사와 무관하게 개인이 탕진한 도박 빚은 전적으로 당사자 본인이 갚아야 할 개인 채무로 남는다(대법원 92므501 판결).

배우자의 지속적인 도박과 이로 인한 생활비 미지급은 재판상 이혼 사유이자 위자료 청구 대상이다. 민법 제840조 제6호(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와 제2호(악의의 유기)가 적용된다. 가족의 설득에도 도박을 멈추지 않아 부부 사이의 신뢰를 깨뜨리고 경제적 파탄을 초래했다면 혼인 파탄의 중대한 귀책사유에 해당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송명호 변호사는 "도박으로 발생한 채무는 일상가사대출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배우자의 개인 채무로 남는다"며 "오히려 배우자의 낭비벽으로 재산이 탕진된 사실을 강조한다면 남은 공동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더 높게 인정받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소송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으려면 해당 채무가 생활비가 아닌 도박 용도로 쓰였다는 점을 객관적 자료로 증명해야 한다. 대출금이 도박 사이트 계좌나 카지노 환전소 등으로 직접 이체된 계좌 거래내역, 대출 내역서, 도박 사이트 접속 기록, 채무 독촉장, 상대방이 도박 사실을 시인한 녹음과 각서 등이 핵심 입증 자료다.

배우자가 빚의 성격을 숨기거나 재산을 은닉한 정황이 있다면 법원의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이나 재산명시 절차를 거쳐 자금의 출처와 사용처를 밝혀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