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소송을 준비할 때 흔히 겪는 혼선 가운데 하나는 내용증명 발송 여부다. 법적 조치에 앞서 우체국 내용증명을 반드시 보내야 소송 요건을 갖추는 것으로 잘못 알아 일정을 미루는 사례가 적지 않다.
법조계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때 내용증명 우편 발송이나 제출은 법정 필수 요건이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248조는 법원에 소장을 제출해 소를 제기하도록 규정하며 당사자와 청구취지, 청구원인을 적도록 할 뿐 사전 내용증명 첨부를 소송 요건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문자·카카오톡으로도 도달 사실 입증 가능
실무에서 내용증명은 임대차계약 해지 의사와 반환 독촉 사실을 임대인에게 명확히 전달했음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상대방에게 해지 의사가 전달된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다른 수단으로도 법원에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
집주인에게 특정 기일까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한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내역, 이메일, 통화 녹음 등이 대표적이다. 통화로만 알렸다면 녹음이 없는 한 입증이 어려울 수 있어 수신 확인이 가능한 문자나 메신저 기록을 남겨둬야 한다.
묵시적 갱신은 3개월 지나야 효력
소송 제기 시점을 정할 때는 계약 갱신 형태에 따른 법정 기간을 따져봐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에 따르면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임차인이 계약해지를 통지한 경우,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해지 효력이 발생한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연장된 계약도 마찬가지다.
소송을 낼 때는 임대차계약서와 계약 종료를 입증할 자료, 보증금 지급 내역, 미반환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소장에 첨부해야 한다. 임대인에게 통보한 기한이 지났다면 법원에 소장을 접수해 판결문 등 집행권원을 신속히 확보하는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임차권등기는 ‘신청’ 아닌 ‘완료’ 확인 필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를 가야 하는 세입자가 활용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임차권등기명령 절차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합건물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2024년 4만7,353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뒤 2025년 2만8,044건으로 집계됐다.
임차권등기명령은 법원에 신청서를 낸 것만으로는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고 등기사항증명서(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기재된 것을 확인한 뒤 전출해야 종전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