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나 금전 거래 과정에서 공정증서(공증)를 작성해 준 채무자라도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원칙적으로 빚을 조정받을 수 있다. 다만 미지급한 돈의 성격이 동업 투자금이 아닌 근로에 따른 체불 임금이라면 회생 절차를 마치더라도 빚이 탕감되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상 집행권원이 있는 공정증서가 작성된 금전소비대차 채무라도 일반 개인회생채권에 포함된다. 채무자가 관할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해 포괄적 금지명령이나 개시결정을 받으면, 채권자가 공증을 바탕으로 진행하던 단독 압류나 추심 등 강제집행은 즉시 중지되거나 금지된다.
홍현필 변호사는 "공정증서는 별도의 소송 없이 바로 강제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집행권원이지만, 개인회생은 모든 채권자를 대상으로 채무를 조정하는 국가 법률 절차이므로 공증 채권이라고 해서 개인회생 대상에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무의 원인이 '체불 임금'이라면 법적 효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채무자회생법 제625조 제2항 제6호는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청구권을 비면책채권으로 규정한다. 법원의 변제계획안에 따라 최장 3~5년간 성실하게 변제를 마치고 면책결정을 받더라도, 미지급 임금 채무는 면책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전액을 변제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미지급 채권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인지, 동업이나 투자 관계에 따른 '정산금'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당사자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 명칭이 도급이나 동업계약이라 하더라도 법원은 실질적인 종속 관계를 따져 근로자 여부를 판단한다.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를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하고 있다(2004다29736). 상대방의 지휘·감독 아래 일하고 정기적인 급여를 받기로 한 관계였다면 근로자로 인정돼 비면책채권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수익과 위험을 함께 분담하는 실질적 동업관계였다면 형사상 임금체불죄가 성립하지 않고 일반 채무로 분류될 수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근로계약서나 4대 보험 가입 내역이 없고 지급된 금전의 일자와 금액이 불규칙해 고용관계가 아닌 동업 약정의 실질이 인정된 사건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2018노847).
민의홍 변호사는 "금전소비대차 공증 채무도 개인회생·파산 절차를 통해 원칙적으로 면책될 수 있으나, 사기 등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인 경우에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해 면책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채무자는 공증 채무라도 회생 절차에서 원금 탕감과 분할 상환을 도모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근로자로 인정되면 남은 채무를 계속 갚아야 한다. 채권자 역시 채무자가 회생을 신청해 강제집행이 막히더라도 실질적인 근로자 지위를 증명하거나 노동청 진정으로 비면책채권 지위를 확보해야 권리를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