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이나 개인회생 등 도산절차에서 빚을 면책받았더라도 계약 상대방은 이행하지 않은 채무를 이유로 자기 채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면책은 빚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능만 없앨 뿐 채무 자체는 남아 있어 동시이행항변권의 담보적 기능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2026년 9월 23일 경매로 아파트 전유부분을 매수한 원고들이 분양자 지위를 가진 피고들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2024다304077).

사실관계

원고들은 대지권등기가 마쳐지지 않은 아파트의 최초 수분양자들이 분양잔금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절차를 거쳐 각 호실을 낙찰받거나 낙찰자로부터 매수한 이들이다. 원고들은 전유부분 취득을 이유로 분양자인 피고들에게 대지지분 이전등기를 청구했다.

피고들은 수분양자들의 미지급 분양잔금을 받을 때까지는 등기를 넘겨줄 수 없다며 동시이행의 항변을 폈다. 이에 원고들은 당초 수분양자들의 분양잔금채무가 파산이나 개인회생 절차에서 이미 면책됐으므로 피고들이 분양잔금채권에 터 잡아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맞섰다.

원심과 대법원 판단

원심은 수분양자의 분양잔금채무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에 따라 면책됐더라도 피고들은 여전히 분양잔금채권에 기해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쌍무계약에서 당사자가 부담하는 각 채무가 고유의 대가관계에 있는 경우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아니하는 한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가진다"고 전제했다.

이어 "동시이행의 항변권의 이러한 담보적 기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쌍무계약의 일방 당사자에 대해 도산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유지된다"며 "상대방에 대하여 파산이 선고되거나 회생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고, 이는 당사자 일방이 가지는 권리가 파산채권, 회생채권 또는 개인회생채권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채무자회생법 제566조와 제625조 제2항을 근거로 "면책이란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의 이행을 강제할 수 없게 되어 해당 채권이 소 제기 권능을 상실하게 될 뿐, 채무 자체는 소멸하지 않고 여전히 존속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도산절차가 개시되어 진행된 결과 상대방의 채무가 면책되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일방은 면책결정을 받은 상대방이 면책된 채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아니하는 한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