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 재판부에 국선변호인을 신청했음에도 법원이 결정 없이 심리를 마치고 법정구속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고인이 별도의 빈곤 소명자료를 내지 않았더라도 재판 기록상 사선변호인 선임이 곤란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2026년 9월 23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법정구속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2026도9242).

사실관계

A 씨는 양육비 미지급에 따른 감치명령 결정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안에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A 씨에게 징역 3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A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법원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했다. 다만 청구 당시 별도의 빈곤 소명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원심 판단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에 기각이나 인용 등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판 심리를 그대로 진행했고, A 씨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한 직후 법정에서 A 씨를 구속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재판 진행에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과 형사소송규칙 제17조 제3항에 따라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등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어 청구한 때에는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대법원은 청구에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형사소송규칙 제17조의2에 따라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기록을 통해 사유가 소명된 때에는 예외가 인정된다는 점도 짚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청구 당시 소명자료가 제출되지는 않았으나, 피고인의 진술 등이 담긴 기록에 의해 가정 형편 등으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렵다는 사유가 소명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설령 빈곤 소명이 다소 부족했더라도 교육 정도, 가족관계, 공소사실 내용, 1심 실형 선고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에 따라 피고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할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의 조치는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령을 위반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을 초래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항소심 법원은 국선변호인을 적법하게 선정한 뒤 피고인의 조력을 보장해 공판을 다시 열고 심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