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나 대출 업체의 요구로 통장만 건넸을 뿐인데 법원에서 수천만 원을 갚으라는 서류를 받아 당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직접 돈을 빌리거나 차용증을 쓴 적이 없더라도, 해당 계좌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악용됐다면 피해자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당할 수 있다.
법원에서 발송된 지급명령 정본에 적힌 '법원주사'나 '법원주사보'는 독촉사건을 처리하고 문서를 송달하는 법원 소속 일반직 공무원의 직급이다. 가짜 문서나 단순 사기가 아니라 실제 법적 절차가 개시된 공식 송달문이다.
범죄 조직의 총책을 특정하기 어려운 사기 피해자들은 피해금이 입금된 계좌 명의인을 상대로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와 제760조 제3항 공동불법행위 방조 책임을 물어 지급명령을 신청한다. 차용증이 없다는 이유로 송달된 법원 문서를 방치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민사소송법 제474조에 따르면 지급명령에 기한 내 이의신청이 없으면 해당 명령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지급명령이 확정되는 즉시 채권자는 통장 명의인의 급여, 예금, 부동산 등을 압류하고 강제집행에 착수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조치는 불변기간 내 이의신청이다. 민사소송법 제470조에 따라 지급명령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반드시 2주일(14일) 이내에 관할 법원에 지급명령 이의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기간은 법원이 임의로 늘릴 수 없다. 법원에 이의신청서가 접수되면 민사소송법 제472조에 따라 사건은 통상의 정식 민사소송 절차로 자동 전환된다.
정식 재판 단계에서는 통장을 건네게 된 경위와 범죄 가담의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대법원은 대출이나 취업 사기 등으로 기망당해 통장을 넘겼고 범죄 이용 예견가능성과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기도 했다(2013다48913). 반면 범죄 이용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되면 피해액의 30%에서 80%까지 배상 책임이 인정된 하급심 판례도 있다(대법원 2016다215356 등).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과 제49조 제4항은 대가를 약속받거나 범죄 이용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양도하는 행위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통장 대여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지급명령을 받았다면 즉시 이의신청서를 내고 문자 내역과 통화 녹취 등 증거를 갖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