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원에서 상속 한정승인 결정을 받아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안심하던 상속인이 몇 년 뒤 채권자로부터 대여금 청구 소장을 받고 당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정승인 결정을 받았더라도 소송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방치하면 상속인 고유재산까지 강제집행을 당하는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
한정승인은 상속채무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상속포기와 달리, 물려받은 재산 한도 안에서만 빚을 갚는 제도다. 민법 제1028조에 따르면 상속인은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할 수 있다. 채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채권자가 집행권원을 확보하거나 소멸시효를 중단하려 소송을 내는 행위는 법적으로 유효하다.
대법원은 상속 한정승인이 채무 존재를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책임 범위를 상속재산으로 한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왔다(2003다30968). 상속채무가 존재하는 이상 상속재산이 없거나 부족하더라도 법원은 채무 전부에 관한 이행판결을 선고하되, 고유재산 집행을 막기 위해 판결 주문에 "상속재산의 한도에서만 집행할 수 있다"는 취지의 유보부 주문을 붙여야 한다는 법리다.
문제는 상속인이 법원 소장을 받고도 "이미 한정승인을 받았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할 때 일어난다. 법원은 피고가 소송 절차에서 한정승인 사실을 항변으로 내놓지 않으면 이를 직권으로 반영할 수 없다. 민사소송법 제256조와 제257조에 따라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변론 없이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이 경우 상속인의 예금이나 급여, 부동산 등 고유재산에 강제집행이 들어오는 사태로 이어진다.
채권자 소장을 송달받았다면 30일 이내에 반드시 관할 법원에 답변서를 내야 한다. 답변서에는 과거 가정법원에서 받은 한정승인 사건번호와 사실관계를 적고, 상속재산 한도를 넘는 부분에는 책임이 없다는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 입증 서류로는 가정법원이 발급한 한정승인 심판서와 확정증명원을 첨부한다.
채권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함께 따져보는 것도 필수다. 민법 제162조에 따른 일반 민사채권 소멸시효는 10년이지만, 상법 제64조가 적용되는 상사채권이나 금융기관 대출금 등은 소멸시효가 5년이다. 채권 발생 시점을 검토해 시효가 지났다면 한정승인 항변과 함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을 함께 제기해 청구 자체를 기각시킬 수 있다.
소송 사실을 뒤늦게 알아 조건 없는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면 민사집행법 제44조에 따른 구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법원은 한정승인을 하고도 소송에서 이를 주장하지 못해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책임 범위에는 기판력이 미치지 않아 사후에 청구이의의 소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2006다23138). 상속인은 판결 확정 뒤 강제집행이 들어올 때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면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내 고유재산 압류를 막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