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공사를 한다며 가짜 계약서를 들고 와 부모에게 공사대금을 받아 가로챘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0여 년간 유지되던 직계혈족 간 형 면제 제도가 사라지면서, 부모가 직접 자녀를 사기죄로 고소해 처벌받게 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발생한 사기나 절도 같은 재산범죄에 형법상 친족상도례가 적용됐다.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사이 범행은 법원이 형을 면제하거나 검찰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려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2024년 6월 형법 제328조 제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법 개정이 이뤄졌다. 2025년 12월 3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법은 친족 간 재산범죄의 형 면제 규정을 삭제하고 친족 범위를 불문해 친고죄로 일원화했다.

이에 따라 부모는 자녀가 거짓으로 작성한 계약서로 돈을 편취한 경우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로 수사기관에 고소할 수 있다. 직계존속 고소 금지 특례도 배제되어 가족 간 고소가 전면 허용된다. 다만 친족 간 사기죄는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다.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에 따라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장을 접수해야 한다.

권리·의무에 관한 계약서를 타인 명의로 허위 작성한 행위는 형법 제231조의 사문서위조죄에 해당한다. 사문서위조죄는 친족상도례가 준용되지 않는 비친고죄다. 아들이 제3자와 공모했거나 제3자가 허위 계약서를 이용해 부모 자금을 직접 송금받았다면 해당 상대방 역시 사문서위조 및 사기의 공동정범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돈을 돌려받기 위한 민사 구제 절차도 밟을 수 있다. 실제 공사가 존재하지 않고 계약 자체가 허위라면 돈을 송금받은 명의인은 정당한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은 셈이 된다. 피해 부모는 송금받은 계좌 명의자나 자녀를 상대로 민법 제741조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자녀가 제3자와 짜고 부모를 속였다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도 병행할 수 있다.

법적 대응에 나서려면 송금 내역이 담긴 이체확인증,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나 통화 녹음, 자녀가 제시한 계약서 원본 등 객관적 증거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계약서 진위와 실제 공사 여부가 밝혀져 사기 혐의가 입증되면, 합의 절차를 거쳐 피해 금액을 회수할 가능성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