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돈을 갚지 않으면서 여행을 다니거나 여가를 즐기는 채무자를 보면 사기죄로 형사 고소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돈을 제때 갚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으며, 민사상 채무불이행과 형법상 사기는 엄격히 구분된다.

지인에게 빌려준 200만 원 가운데 100만 원만 돌려받고 나머지 잔금을 받지 못해 고민하던 한 채권자는 최근 법률상담을 통해 고소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상대방이 자동차 압류를 막아야 한다며 돈을 빌려 간 뒤 갚지 않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차용 당시 기망행위가 입증되지 않으면 형사 고소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형법 제347조가 규정한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돈을 빌릴 당시부터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이를 숨겼거나, 차용 용도를 허위로 속였다는 점이 증명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돈을 빌릴 당시에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이후 경제 사정이 악화해 갚지 못하게 되더라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2012도14516). 차용 전후의 재력과 범행 경위, 거래 이행 과정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편취 범의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95도3034).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이래경 변호사는 “돈을 빌린 뒤 약속한 날짜에 갚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시 자동차 압류 문제를 해결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는지, 실제 재정상태와 사용처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형사 고소만으로 빌려준 돈을 자동으로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형사 절차는 가해자의 처벌 여부를 가리는 과정일 뿐이어서, 실제 원금을 회수하려면 민사 절차를 거쳐 강제집행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신속한 채권 회수를 위해서는 민사소송법 제462조에 따른 지급명령 신청이 대표적이다. 법원이 서류 심리만으로 변론 없이 지급명령을 발령하며, 채무자가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얻어 채무자의 통장이나 급여를 압류할 수 있다.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면 소가 3,000만 원 이하 사건에 적용되는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 소액사건심판은 이행권고결정을 활용해 일반 민사소송보다 빠르게 판결을 받을 수 있다.

가족이나 제3자 명의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면 실제 대여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자료를 갖춰야 한다. 차용 요청 대화와 송금 내역, 일부 변제 내역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소송을 준비해야 집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