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에 살던 중 집주인이 사업 자금 등을 이유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겠다며 동의를 요구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세입자의 전세금을 건드리지 않고 남은 담보 가치 한도 안에서 대출을 받겠다고 설명하지만, 자칫 잘못 대처했다가 전세보증금을 한순간에 날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집주인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세입자의 법적 동의는 필수가 아니다. 세입자가 이미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른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췄다면, 뒤이어 설정되는 은행 근저당권은 후순위 권리가 된다. 금융기관이 선순위 임대차 계약의 진위와 실제 보증금 액수를 확인하고자 세입자 확인 절차를 밟을 수는 있지만, 세입자에게 동의해 줄 법적 의무는 없다.
법무법인 감우 정의권 변호사는 “대항요건을 갖추고 확정일자가 이미 부여되어 있다면 이후에 설정되는 은행 대출(근저당권)은 후순위이므로, 법리적으로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권리에 직접적인 위험이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주인 부탁을 받아 서류를 잘못 써주면 치명적인 법적 불이익이 발생한다. 일부 임대인은 대출 한도를 늘리려고 세입자에게 금융기관 제출용 무상거주확인서(무상임대차확인서) 작성을 부탁하거나 주민등록을 며칠만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에 응하면 임차권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잃게 된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대출을 돕기 위해 금융기관에 허위로 무상거주확인서를 작성해 준 경우, 해당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낙찰자를 상대로 대항력이나 임차보증금 반환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및 금반언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2016다228215). 근저당권 설정일보다 앞서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춘 세입자라도 무상거주확인서 때문에 배당에서 제외됐다면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2016다248431).
집주인이 추가 대출을 진행한다면 세입자는 사실대로 임대차 관계를 확인해 주는 서류 외에 무상거주확인서에는 절대 서명해서는 안 된다. 대출 실행 뒤에는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본인의 전입일자보다 후순위로 근저당권이 설정됐는지, 근저당권 채권최고액과 전세보증금의 합계가 시세를 넘지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
보증금 안전장치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도 확인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반환보증은 선순위 채권과 보증금의 합계액이 주택 산정가액의 90% 이내(공시가격 적용비율 140% 기준)여야 승인된다. 신규 임대차계약은 잔금지급일과 전입신고일 중 늦은 날부터 계약 기간의 2분의 1이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가입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