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이 재혼 배우자와 이혼하며 주택 소유권을 재산분할로 넘겨줬더라도, 전혼 자녀나 전처가 해당 부동산을 되찾거나 금전적 보상을 요구할 법적 근거는 없다. 이혼 재산분할은 부부의 고유한 권리 행사로서 상속 개시 전 자녀의 상속 기대권보다 법적으로 앞서기 때문이다.

재혼 가정 해체 과정에서 전혼 자녀가 부모의 재산 유출을 이유로 소유권 회복을 요구하는 분쟁이 잦다. 법률 전문가들은 민법상 이혼 재산분할이 생전 처분 행위이자 부부 공동재산의 청산·부양 성격을 지녀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르면 협의상 이혼한 일방은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으며, 재판상 이혼에도 이 규정이 준용된다(민법 제843조). 부부 일방의 고유재산이라도 상대방 배우자가 유지나 감소 방지, 증식에 협력한 사실이 인정되면 분할 대상에 포함된다(민법 제830조).

대법원은 재산분할 제도가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실질적 공동재산을 청산하고 분배하는 것을 본질로 삼는다고 본다(2013다7936). 이혼 성립 시점에 구체화하는 고유 권리이므로 정당한 재산분할 협의를 제3자에 대한 책임재산 도피 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

일부 상속인이 채권자취소권(민법 제406조)을 들어 사해행위 취소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법원은 엄격한 요건을 요구한다. 대법원은 재산분할 협의가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상당한 정도를 벗어난 과대한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 취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2000다14101, 2005다73105). 과대하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 역시 이를 주장하는 쪽에 있다.

상속 전문 정인국 변호사는 재혼 가정에서 전처 자녀와 재혼 배우자 사이의 유산 분쟁을 막으려면 생전에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거나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 권리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협의이혼 뒤 재산분할을 마치지 않고 배우자 한쪽이 사망한 경우, 생존한 전 배우자는 사망한 배우자의 상속인을 상대로 2년의 제척기간 안에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24스8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