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민법 시행 전 호주가 아닌 기혼 장남이 자녀 없이 숨졌을 때, 부모 등 직계존속 대신 아내가 재산을 단독 상속하도록 한 옛 관습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9월 17일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 중 '호주 아닌 기혼의 장남이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재산은 처가 상속한다'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2022헌바120).

사실관계

일제강점기 임야조사부에는 경기 파주시 일대 임야가 피상속인 망 A 씨에게 사정된 것으로 적혀 있었다. 이 임야는 1980년대 지적복구를 거쳐 3,707㎡ 규모 토지로 정리됐고, 현재 경의중앙선 역사 및 선로 부지로 쓰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1983년 7월 15일 이 토지의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A 씨는 1919년 5월 27일 자녀 없이 아내만 두고 숨졌다. 당시 호주였던 A 씨의 할아버지가 생존해 있었고, 아버지는 A 씨보다 앞선 1916년 사망한 상태였다. A 씨 남동생의 후손인 청구인들은 해당 토지가 A 씨로부터 할아버지와 남동생을 거쳐 자신들에게 상속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 판단

법원은 청구인들 패소로 판결했다. 국가 명의 등기의 추정력은 깨졌지만, 민법 시행 전 관습법에 따라 A 씨 재산은 아내가 단독 상속했으므로 남동생의 후손들에게는 등기 말소를 청구할 권원이 없다는 취지였다.

청구인들은 상고심 중 옛 관습법 조항이 직계존속의 상속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대법원은 관습법이 위헌법률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하고 상고를 기각했다(2022다215159). 청구인들은 2022년 6월 10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판단

헌재 다수의견은 관습법도 실질적으로 법률과 대등한 효력을 가지므로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고 전제한 뒤 본안 판단에서 합헌을 선언했다.

헌재는 "호주에게 가(家)의 재산을 집중시키던 체계에서 호주상속에 따르는 재산승계와 호주 아닌 가족의 사망에 따른 재산상속을 구분한 종래 관습법 체계에 부합한다"며 "여성의 독자적인 경제활동이 현저히 곤란했던 당시 여건에서 홀로 남은 처의 생계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상속인과 새로운 생활공동체를 형성한 처를 직계존속보다 우선 고려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이미 폐지된 관습법의 효력을 사후에 부인하면 이를 기초로 100년 넘게 형성된 법률관계가 뒤집혀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정형식·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냈다. 세 재판관은 "관습법은 국회의 관여 없이 성립했고 성문법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만 보충적 효력을 가질 뿐 법률과 동등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