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 전자담배 수입업체가 소비자에게 세금을 전가하지 못했더라도 용액 부피에 따라 일률적으로 담배소비세를 물리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과세 여부를 가릴 때 납세자의 주관적 사정이나 가격 책정 방식을 일일이 반영할 수 없으며, 과세 대상 여부를 살필 책임은 수입업자 스스로에게 있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서울행정법원이 직권으로 제청한 구 지방세법 제47조 제1호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2026헌가1)에서 2026년 9월 1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니코틴 용액 용량을 과세표준으로 삼고 1밀리리터당 628원의 세율을 정한 지방세법 제51조와 구 지방세법 제52조 제1항 제1호 마목 1)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담배의 정의 조항인 구 지방세법 제47조 제1호 중 '연초의 잎' 부분에 대한 제청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며 각하했다.
사실관계
전자담배 기기와 액상 카트리지를 수입해 판매하는 A 회사는 2019년 6월 14일부터 2020년 6월 25일까지 중국 업체들로부터 흡연 디바이스와 전자담배용액 140건을 수입했다. 당시 A 회사는 니코틴을 '연초의 줄기'에서 추출했다고 신고했다.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보세구역에서 반출한 날의 다음 달 20일까지 담배소비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서울특별시장 등 과세관청은 해당 물품이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 용액을 함유해 법률상 담배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2023년 1월부터 2월 사이 A 회사에 담배소비세 73억6,493만7,340원, 지방교육세 33억7,854만7,180원, 담배소비 가산세 51억3,157만4,740원, 지방교육 가산세 8억8,427만1,060원 등 총 167억5,933만320원을 부과했다. A 회사는 이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2023구합55405). 사건을 심리하던 서울행정법원은 2026년 1월 28일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제청법원 위헌제청 이유
서울행정법원은 담배소비세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소비세의 본질인데도, 세액 전가 여부나 경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부피당 정액 세율을 일률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수입판매업자에게 사업 영위가 불가능할 정도의 과중한 세액을 부담하게 해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제청법원은 반출신고와 산출세액 신고를 이행하지 않은 제재는 가산세 부과로 충분함에도 본세 전액을 추가 징수하도록 한 점, 법률의 기계적 적용에 따른 가혹한 결과를 조정할 완화 수단이 법령상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판단
헌재는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행정의 획일성을 근거로 해당 법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조세의 소비자에 대한 전가 여부와 같은 납세의무자의 주관적·불확정적 사정을 과세 기준이나 세액 감경의 근거로 삼는다면 과세 여부 자체가 불명확해지고 조세 부과의 획일성과 예측가능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판매가격 설정과 세금 반영은 사업자의 몫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헌재는 "담배소비세가 경제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예정한 간접세라고 하더라도, 개별 수입판매업자가 실제 판매가격에 세액을 어느 정도 반영하였는지는 법률상 담배소비세 납세의무의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다"라며 "수입하는 물품이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정확히 신고하는 것 역시 수입판매업자 자신의 책임"이라고 판시했다.
가산세와 본세의 관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헌재는 "수입판매업자가 담배소비세를 신고·납부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미 성립한 조세채무 자체가 소멸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가산세만을 부과하고 본세의 부과를 면하게 한다면, 법령에 따라 성실하게 신고·납부한 수입판매업자는 세액 전부를 부담하는 반면 이를 제대로 신고·납부하지 아니한 자는 그보다 적은 금액만을 부담하게 되어 형평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판결 의의
이번 결정으로 액상 전자담배 수입 시 부피 기준으로 고정 세금을 매기는 과세 체계가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법원에 묶여 있던 전자담배 조세 불복 소송들도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중심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줄기 니코틴'을 명분으로 세금을 신고하지 않았던 업체들은 과세 조항의 위헌성을 다투기보다 수입 원액이 실제로 연초의 잎에서 추출된 것인지를 두고 법정 공방을 이어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