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플랫폼 직거래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다가 업자의 요구로 자녀 등 가족 명의 계좌에 대금을 송금한 뒤 공사가 중단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초과 지급된 공사대금을 돌려받으려 할 때 송금받은 가족 계좌를 상대로 소송을 내야 할지, 아니면 잠적한 업자를 찾아야 할지 혼선을 겪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법조계에 따르면 실제 계약 상대방이 인테리어 업자라면 가족 계좌로 돈을 보냈더라도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상대방은 계좌 명의인이 아닌 시공업자 본인으로 특정해야 한다. 별도 정식 계약서 없이 서명된 견적서나 모바일 메신저 대화만 주고받았더라도 법률상 계약 관계는 성립하므로, 반환 의무 역시 계약 당사자에게 귀속된다는 취지다.

최근 온라인 법률 상담 플랫폼에는 지역 생활 커뮤니티에서 만난 인테리어 업자의 요청으로 업자의 딸 계좌에 인건비와 자재비 150만 원을 송금했다가 공사가 중단된 사례가 접수됐다. 의뢰인은 도매상 환불이 거절된 70만 원 상당의 몰딩 자재까지 업자에게 넘겼으나, 업자는 연락을 끊고 자재를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했다. 정산해야 할 정당한 공사대금은 160만 원이었으나 기지급액과 자재를 합쳐 총 220만 원이 건네져 60만 원이 과지급된 상태였다.

법원은 계약 당사자의 지시에 따라 제3자에게 직접 돈을 송금하는 이른바 ‘단축급부’ 사안에서 제3자를 향한 직접 반환 청구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계약 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 과정을 단축해 제3자에게 이행했더라도, 계약이 해제되거나 무효가 됐을 때의 원상회복이나 부당이득반환은 계약 상대방을 상대로 구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했다(2001다46730, 2024다288045 판결).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은 자에게 반환을 명하는 민법 제741조를 적용하려면 수령인이 실질적 이익을 보유했는지 따져야 한다. 단순히 부모의 요청으로 통장 명의만 빌려준 자녀는 급부의 중간 수령자에 불과하므로 실질적인 부당이득반환 책임을 묻기 어렵다.

피해 소비자는 계약 상대방인 업자를 피고로 삼아 민사상 소액사건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소송목적의 값이 3,000만 원 이하인 사건은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법원이 변론기일 지정 전 신속하게 이행권고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상대방이 결정 등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집행권원이 생긴다.

공사 현장 보관 명목으로 넘겨받은 자재를 무단으로 처분하고 대금을 돌려주지 않은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민사소송과 함께 횡령 혐의로 형사 고소를 병행하면 수사 과정에서 합의를 통한 피해 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테리어 시공을 맡길 때 반드시 시공업자 본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자가 세금 회피나 채무 문제를 이유로 가족 명의 차명계좌로 입금을 요구하더라도 계약자 본인 명의 계좌로 지급해야 추후 채권 회수와 강제집행 과정에서 낭패를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