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대기업에 재직하며 상당한 소득을 올린 배우자가 이혼 소송에서 남은 재산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는 일은 실무에서 자주 벌어진다. 상대방으로서는 재산 은닉을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지만, 단순히 과거 소득이 높았다는 정황만 내세워서는 법원에서 은닉 사실을 인정받기 어렵다.

가사소송 실무에서는 상대방이 계좌 통합조회 내역 등 일부 자료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추가 조회가 막혔다고 잘못 아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현행 가사소송법 제48조의3은 재산명시 절차에 따라 제출된 재산목록만으로 재산분할 사건을 해결하기 곤란하다고 인정될 때 가정법원이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에 당사자 명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재산명시를 거친 뒤에도 재산 파악이 불충분할 때 이를 보충하는 핵심 수단이 바로 재산조회다.

장기간 고소득자로 근무했다는 사실은 재산 규모를 추정하는 단서가 될 수는 있지만, 법원이 곧바로 재산 은닉을 단정하지는 않는다. 혼인 생활 중 발생한 소득은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대출금 상환, 부동산 취득·처분, 부모 부양비, 사업이나 투자 손실 등으로 실제 쓰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득 대비 현재 재산이 적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급여 입금 계좌와 특정 시점의 고액 인출 내역, 제3자 송금 정황 등 금융거래의 흐름을 짚어내야 하는 이유다.

재산조회는 법원이 상대방의 모든 자산을 무제한으로 자동 추적해 주는 절차가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가사소송법 제48조의3은 재산조회 절차에 민사집행법 제74조를 준용한다. 따라서 신청인은 조회할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을 특정해야 하고, 조회할 재산의 종류와 과거 보유 내역의 조회 기간을 신청서에 명시해야 하며 조회 비용도 미리 내야 한다.

결국 이혼 재산분할에서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려면 상대방이 제출한 재산명시 자료와 장기 소득 자료 사이의 불일치를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하는 과정이 필수다. 혼인 파탄 직전 정당한 사유 없이 거액 예금을 인출하거나 부동산을 처분한 뒤 사용처를 소명하지 못하면, 법원은 해당 금원을 여전히 보유한 것으로 추정해 분할대상 적극재산에 산입할 수 있다. 확보한 계좌 내역과 부동산 거래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자금 이동 경로를 밝히고, 필요에 따라 재산조회와 사실조회, 문서제출명령을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